메모리의 봄 온다
한국 대표 업종 반도체에 대한 내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업황은 우려만큼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발목을 잡았던 공급망 차질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 고성능 컴퓨터·스마트폰·자동차 등 반도체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 확대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펴 수급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증권은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올해(5301억달러)보다 7.3% 늘어난 5700억달러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8% 늘어난 1732억달러로 예상했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각각 7.1%, 16.3% 늘어난 3968억달러, 1177억달러로 추정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전력·고성능 데이터센터로 탈바꿈을 노리는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폴더블·게이밍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려는 소비자들, 자동차의 전동화와 자율주행 수요를 감안할 때 내년에도 반도체 시장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라며 "내년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가 크지만 핵심 사업인 D램은 연착륙(소프트랜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내년 1분기 실적 저점 이후 개선 전망
신한금융투자는 17일 삼성전자에 대해 실적 저점은 내년 1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9만6000원을 유지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분기별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될 전망"이라면서 "1분기는 D램·낸드 가격 하락, OLED 가동률 하락, TV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 68조2000억원, 영업이익 1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1%, 27.4%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실적이 개선돼 내년 매출액은 302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57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최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이후 분기 실적 개선을 주도할 사업부는 반도체"라면서 "메모리는 2분기 중 가격 반등을 예상하며 IT 공급망 차질 정상화, 인텔·AMD 신규 서버 플랫폼 출시, DDR5 전환 효과, 미국 국방부 JWCC 프로젝트 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는 신규 수주와 가격 상승 효과로 분기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연초 형성됐던 비메모리 성장 기대감을 모두 반납한 상태"라며 "메모리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내년 상반기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반도체 수요 크게 늘 것
내년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수요가 큰 폭으로 늘며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B증권은 12월 16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 D램(DRAM)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 10만원을 제시했다. 내년 고객사들의 수요가 우려와 달리 올해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내년 D램 수요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업체들을 중심으로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업체들의 내년 수요는 올해보다 20~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내년 D램 공급은 올해보다 16%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들 업체들은 반도체 가격 하락 사이클 속에서도 내년 D램 주문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D램 주문을 늘리는 이유는 재고가 지난 3분기보다 30%가량 줄었고,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서버에 투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부문도 퀄컴, 엔비디아, IBM 등 주요 고객사로부터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부는 2023년까지 2년치 물량을 이미 수주한 것으로 추정돼, 내년부터 뚜렷한 실적 개선 추세도 나타날 전망이다. KB증권은 이에 따라 내년 삼성전자 비메모리 매출을 올해보다 26% 증가한 27조2000억원, 영업이익을 102% 증가한 3조6000억원으로 예측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전망했다. 특히 퀄컴, 엔비디아, IBM 등에서만 10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주가 역시 경쟁사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한국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0.26% 오른 7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1일 최고 9만6800원까지 오르면서 10만원 선을 눈앞에 뒀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지난 10월 6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최근 7만원대 후반까지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현 주가는 연초 고점 대비 19.63% 하락한 상태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대비 크게 하락해 글로벌 반도체 업종에서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에 비해 상대적 매력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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