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거래금액, 공매도가 40%…자회사 상장 앞두고 매도 심리 강해져
LG화학의 공매도액은 최근 사흘 간 급증했다. 지난 4일 524억원을 기록하며 전날(205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으며, 6일에는 928억원까지 증가했다. 전체 거래금액 대비 공매도액 비중은 4일까지만 해도 8%가 채 안 됐지만, 5~7일 사흘 간 15.3%에서 39.2%로 급격히 늘었다.
최근 LG화학 공매도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때문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11~12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25만7000~30만원으로, 공모가가 밴드 상단으로 확정된다면 시가총액은 70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모회사 LG화학의 현재 시가총액(50조7500억원)은 물론이고 시총 3위주인 삼성전자우(58조7500억원) 역시 가볍게 제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원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경우에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은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 43배에 불과해, 중국 CATL의 밸류에이션 80배와 비교하면 저평가됐다는 것이 증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 70조원은 당초 예상치와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라며 “상장 직후부터 100조원짜리 ‘공룡’이 되면 시총 상위주의 주가가 급변동할 위험이 있으며 전체 주식시장의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를 고려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게 되면 LG화학의 기업가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상장 후에는 지분율이 81.84%로 낮아지게 된다. LG화학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모두 증시에 상장하면 지주사 할인이 발생해 모회사 지분 가치가 할인될 수밖에 없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매번 ‘주주환원’을 약속했지만, 매번 2차전지를 비롯한 성장 산업 투자만 늘렸을 뿐 주주환원을 위해 실제로 한 일은 거의 없다”며 “그동안 주주들이 LG화학에 투자한 것도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는데, 해당 사업이 물적 분할된다면 굳이 LG화학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지주사 할인을 반영해 지난 3일 LG화학의 목표주가를 105만원에서 83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EV/EBITDA 역시 기존 18.8배에서 15배로 내렸다. 유안타증권 역시 지난달 29일 LG화학의 지주사 할인율 50%를 적용해 목표주가를 97만원에서 78만원으로 내렸다.
업계 일각에서는 2차전지 사업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LG화학의 투자 매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LG화학의 주가 수준에는 화학과 생명과학의 가치는 거의 반영돼있지 않으며, 지주사 할인은 이미 반영된 상황”이라며 목표주가 93만9000원을 제시했다.
'LG엔솔 리스크' 끝났나, LG화학 새해 17% 급등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다가오며 지난해 말 가파른 주가 하락을 경험했던 LG화학(051910)이 새해 들어서는 연일 상승세다. 외국인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며 올 들어 매 거래일 상승 마감해 72만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17%에 이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4.2% 오른 71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은 오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상장이 확정되며 지난해 11월부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분율 하락은 물론이거니와 배터리에 투자하기에는 LG화학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더 낫다는 분위기 속에서 LG화학의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LG화학의 주가는 26% 이상 하락했고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에는 장중 61만 1,0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하지만 새해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증권가는 LG화학의 목표 주가를 크게 낮춘 후로도 78만~83만 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주가는 60만 원 초반까지 하락했던 것이다. 실제 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은 LG화학만 4,899억 원어치를 쓸어담으며 코스피 종목 중 세 번째로 많이 샀다. 미국의 긴축 움직임이 강해지며 성장주 투자는 위축된 반면 실적이 탄탄한 경기민감주로 투자 방향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날은 국제 유가(WTI)가 배럴당 79.46달러에 마감하며 다시 8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석유화학 업종 전반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혜택을 받기도 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점차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LG화학의 주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인·기관의 투자 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인이 다시 발을 뺀다면 언제든 주가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성장 배터리 회사라는 투자 대체재의 등장과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후의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단기 투자 심리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양극재와 분리막 등 2차전지 소재에 대한 성장 계획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유될 경우에야 투자 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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